대한민국 스포츠 팬들에게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문구는 익숙할 것입니다. 이 말은 본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을 때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표현이 본래의 의미를 잃고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기원을 살펴보면,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 패배 이후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해 선전했을 때 이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러나 "졌지만 잘 싸웠다"는 점차 그 본래 의미를 상실해 갔습니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데도 무조건적인 옹호를 위해 남용되거나, 오히려 경기력을 비꼬는 반어적 표현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졌잘싸"라는 줄임말은 패배를 조롱하는 인터넷 은어로까지 변질되었죠.
스포츠에서 패배는 늘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패배를 미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분명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투혼을 발휘했음에도 아쉽게 석패한 경기가 있는 반면, 준비 부족과 실력 부재로 충분히 예상된 패배도 있기 마련입니다.
진정 "졌지만 잘 싸운" 경기에서조차 이 표현이 와닿지 않게 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언론과 팬들이 이 문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한다면 선수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겠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앞으로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패배를 미화하기 보다는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와 투혼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팬들의 응원과 격려가 선수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길 바라봅니다.